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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생활정보

필리핀에서 외국인으로서 살아남기

by SamChoi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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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외국인으로서 살아남기

 

▶ 필리피노에게 한국인은 외국인

한국사람은 필리핀에서 외국인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외국 사람을 보는 시각으로 필리핀 사람들도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 또한 한국에서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를 몰라 겪게 되는 과정을 우리 역시 필리핀에서 겪게 된다.

필리핀에서 외국인으로 살아남기는 자신의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얼마나 필리핀적인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고 적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아무리 필리핀 사람들의 시각에서 필리핀을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곳이 필리핀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고객과의 아주 중요한 약속으로 급히 운전사를 찾는데 운전사는 당신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아무 바쁠 일 없다는 듯이 커피를 마시러 자리를 떠버리고, 급한 마음으로 고객에게 미팅에 조금 늦겠다고 전화하러 사무실로 급히 뛰어올라와 전화기를 들지만 전화는 먹통 ㅠㅠ 택시라도 타고 가야겠다고 길에서 택시를 겨우 잡지만 트래픽잼으로 택시는 기어가고, 설상가상 택시 기사는 미터기가 고장이라며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하고, 그래서 겨우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여보니 고객은 아직 도착도 하지 않았고 곧이어 '오늘 다른 일 때문에 미팅에 못 나가겠다'는 텍스트 하나만 달랑 받는다면 참았던 울분이 가슴 속에서 치솟아 오를 것이다.

 

 

▶ 한국인만 필리핀을 이해하기 힘들까?

우리는 필리핀에 살면서 필리핀 혹은 필리피노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불평을 하는 한국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런데 과연 한국 사람들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다음은 필리핀에서 2년을 보낸 한 미국인이 그의 친구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다.

 

"나는 여기 필리핀 사람들이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주 빨리 깨달았다. 정말 단순하고 간단하게 보이는 일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여기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가지를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설명을 하면 할수록 내가 더 바보같이 느껴지고 나의 가치관이 혼란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적인 인식이나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가치 부여 등이 여기사람들과 대면하면서부터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행동을 하거나 사물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듯한 느낌.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차이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내가 일을 하거나 생활하는 곳에서 내가 기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이나 시각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비춰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까? 어둠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더듬거리는 것처럼 불편한 생활을 하며, 언제까지나 그저 다른 문화라 여기며 현지인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야 하나?"

 

 

▶ 서로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자

위의 편지내용처럼 한국인 뿐만 아니라 필리핀에 사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필리피노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가치관이 각각의 사회마다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즉, 한 나라의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흑과 백, 옳음과 그름과 같은 관점이 필리핀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일반화가 많은 차이점들을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대립되는 문화적인 가치의 정립은 쉽게 일반화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한 미국인은 미국의 자원 봉사자들이 최고의 가치로 치는 '진정성'이 필리핀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필리핀 사람들 역시 진정성에 가치를 두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가치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필리핀 사람들에게 진실한 사람은 누가 상처를 받든지 상관없이 '사실을 사실 그대로'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즉, 진정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은 외국인들은 '진정성이 있고' 필리핀 사람들은 '진정성이 없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 필리핀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자

필리핀 문화를 인식하는데 있어 인간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우리(외국인)의 정체성 위기가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한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인간의 미덕과 악덕이 어떻게 다르고 필리핀 사회에서는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다. 필리핀에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진정성'에 대한 고유의 언어가 있으며 이러한 개념과 가치들이 그들의 의식에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증거들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목표에 대해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데 반해 필리핀 인들은 '사람에 대해 동기부여'가 되어 있고, 미국인들이 '무엇을 하느냐(Doing)'를 중요하게 여겨지는 반면, 필리핀 인들은 '무엇이 되느냐(Being)'에 촛점을 맞춘다. 필리핀 사람들과 오해가 생기는 것은 이렇게 생각하는 가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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